2008년 12월 14일 일요일

미국 대학원 유학 지도하기

미국에 유학 온 한국 공대 대학원생의 출신 모교를 알아보면 마치 한국에는 대 여섯 대학 밖에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거의 모두 소수의 한정된 대학에서 나왔기 때문이지요. 나머지 80여 공대에서는 왜 유학생이 별로 없는 것일까요.

이유는 대략 두 가지 선입견에서 비롯합니다.

첫째, 유학을 하기 위해서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집안에 여유가 없다).
둘째, 영어와 공부를 무척 잘해야 한다 (그러나 공부나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없다).

그래서 한국 학생들은 대체로 미국 유학하기를 매우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러나 과연 한국 대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선입견이 타당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이공계 경우) 유학을 가기 위해 돈을 싸 가지고 갈 이유가 없습니다.
미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내고 있는 중국과 인도를 보면 확신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나라 학생들이 과연 몇 퍼센트나 자비로 유학을 하고 있을까요.
확실한 통계는 모르지만 아마 99%는 돈 한푼 없이 미국으로 왔으리라고 추측됩니다.
이공계는 대다수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다양한 형태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면서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장학금(fellowship)이 있는가 하면, 강의조교(teaching assistant)와 연구조교(research assistant) 자리도 많습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이공계의 경우 이미 대학원생의 50% 이상을 외국 유학생에게 의존하는 데도 불구하고 교수님들이 연구조교를 구하지 못해서 안달입니다.
중국과 인도 유학생들은 바로 이런 "내부 사정"을 잘 활용하기 때문에 돈을 받아 가면서 미국 유학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 한국 학생들도 미국 교수님들이 학생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학생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연구조교가 필요한 교수님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둘째, 한국에서 웬만한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면 미국에서 유학할 수 있는 실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미국의 초일류 대학을 고집하지 않으면 말입니다.
한국 대학원 유학생의 대다수가 미국의 1800개나 넘는 4년제 대학 중 겨우 40~50개 대학에만 몰려오는데, 이 대학들이 한결같이 미국의 상위권 2~3%에 해당하는 초일류대학들입니다.
만약 한국 대학생들이 미국의 상위권 10%에 해당하는 (150~200개) 대학을 고려한다면 그만큼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유학할 수 있는 기회가 늘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선두를 달리는 대학들이 미국에 상당히 많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잘 알려졌지만 그저 옛 명성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대학 또한 많습니다.
이제는 학생들이 무조건 대학의 이름만 보지 말고 자신이 선택한 진로에 적합한 대학원을 고려해야 합니다.

요컨대 한국 대학생들이 유학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결국 "정보 부재"(미국 대학의 내부 사정을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대학 실정을 제대로 안다면 돈이 없어도 유학할 수 있고, 굳은 의지와 열의가 있으면 미국 대학원 공부를 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몇 주 동안은 미국 유학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교수님들께서 학생들에게 미국 대학 실정을 알려주셔서 유학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도록 지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대학 분류==

유학을 가려면 대학 선정이 퍽 어렵습니다.
지난 호에서 말씀 드렸듯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소수의 대학만 고집하지 않으면 돈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집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대학 선정을 할 때 참고하실만한 정보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우선 미국 대학은 "이름"(명성 또는 간판)으로 고르면 실속이 없습니다. 대학의 "성격"을 보아야 합니다.
먼저 (연방정부 출현 위탁) 연구비와 박사 배출량으로 분류한 카네기 분류 리스트를 보십시오 (카네기 분류별로 미국 대학을 나열한 정보는 아래 인터넷 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http://www.me.mtu.edu/~peckcho/univ-inf ... -class.htm.)

이에 따르면 미국 대학(원)은 10가지 종류로 나누어집니다.

Research I & II 연구중심대 1, 2
Doctoral I & II 박사중심대 1, 2
Masters I & II 석사중심대 1, 2
Comprehensive I & II 학사중심대 1, 2
Special 특수목적대
2-year colleges 2년제 대학

연구중심대학은 한국에 널리 알려진 대학(하버드, 예일, 스탠포드, MIT, 버클리, 미시간, 프린스턴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학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1) 주립대학인 경우 각 주에 하나 정도 (소위 대표급, flagship이라는 대학이) 있습니다.
(2) 사립대인 경우 대학 규모가 크고, 역사가 깊고, 대학원생대 대학생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전반적으로 (거의 모든 학과에서)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학에는 미국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쟁쟁한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에 대학원에 들어가기도 힘들고 입학해도 재정적 도움을 받기 어렵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마저 첫 학기 정도는 자비로 다녀야 할 확률이 높습니다.

박사중심대학은 연구중심대학에 비해 대학원 규모만 약간 작을 뿐이지 대학의 "성격"은 비슷합니다.

이 분류에 들어 있는 대학들 역시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1) 주립대의 경우 flagship 대학의 그늘에 가려져 지역 밖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2) 사립대의 경우 모든 학과가 유명하지 않아도 특정 학과는 세계 일류급일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공대의 경우 연방정부로부터 기초연구에 대한 연구비 보조가 적어서 "연구중심대학" 분류에는 속하지 못하더라도 기업으로부터 받은 응용연구가 많아 총 연구비는 오히려 연구중심대학보다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연구비는 많은데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대학원생들이 몰리지 않으니 연구조교로 돈 받으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박사중심대학에 매우 많습니다.

석사중심대학이라고 해서 박사학위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박사학위 프로그램이 없어도 연구를 알차게 합니다.

예를 들어 석사중심대인 22개의 칼스테이트 (California State Universities)는 법적으로 석사학위 프로그램까지만 허용되고 박사학위 프로그램을 두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상당히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학에서 돈을 받으면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난 다음 박사학위는 다른 대학으로 진학하는 유학생들이 많습니다.

특히 이렇게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대학에도 우수한 교수님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성실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그 분들의 개별적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고 또 좋은 추천서를 받고 원하는 박사과정으로 진학할 수도 있습니다.

학생이 미국 대학에 대한 정보를 교수님께 의뢰하면 카네기 분류법으로 정돈된 리스트를 보여주시어 미국 대학의 다양성을 알도록 해주면 좋겠습니다.

==진로 설정==

지난 호에는 미국 대학원은 6개의 급(연구중심 1 & 2, 박사중심 1 & 2, 석사중심 1 & 2)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연구중심대학으로 가야하는가, 아니면 가능한 재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박사중심대학을 알아보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아도 마음에 흡족한 직장 찾기 힘든데 이름도 못 들어보던 대학에 유학 가면 별 볼일 없을 것이다."
아마 이런 추측이 지배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여기에 대한 답은 학생 각자의 진로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교수가 되는 것이 목적이라면 최종 학위는 연구중심대학에서 받아야 유리 할 것입니다.
하지만 교수직을 단지 사회적 지위를 얻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학생이 있다면 교수님들께서 빨리 그들의 마음을 바꾸도록 도와줘야 하겠습니다. 이유가 여럿 있습니다.

1. 교수직이 점점 줄어듭니다.

명문대를 나와도 교수직을 얻기 힘들어 진다는 것이지요.
2007년까지 한국의 대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2. 교수직은 앞으로 계속해서 선망 업종이 될 것이지만 예전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교수님들께서 노조를 고려하고 있는 사실 하나를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교수 노조 설립 가능성을 "새시대 교수법" 책에 비췄는데 한국에서 현실로 이토록 빨리 다가 올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3. 미국의 경우 교수님들의 이혼율이 평균보다 훨씬 웃돕니다.
그 만큼 (적어도 첫 10~15년간, 정교수로 승진 될 때까지) 정신적으로 고달픈 직장이란 뜻도 되겠습니다.

교수업적평가제나 연봉제를 대대적으로 실시할 2002년도에나 실감날 내용입니다.

만약 직업과 관계없이 연구자가 되겠다면 꼭 연구중심대학을 고집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각 학생의 능력이나 재정 형편을 고려하여 석사중심대학이나 박사중심대학도 고려해 보라고 권의 하면 좋겠습니다.

지난 호에 말씀드렸듯이 연구중심대학이란 호칭은 연방정부로부터 받는 (기초연구에 대한) 연구비의 규모를 따진 결과지 기업으로부터 위탁받은 (응용연구에 대한) 연구비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박사중심대학과 석사중심대학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학생들 대부분이 기업으로 진출합니다.
수많은 중국 학생과 인도 학생들이 미국의 기업 연구실로 진출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장래가 걱정되었습니다.
실용 가능성이 높은 첨단 연구는 기업에서 하고 있는데 결국 그런 기술을 중국과 인도가 이전 받고 한국은 뒤쳐질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
"박사 학위 = 교수직"은 잘 못된 인식이라고 학생들을 깨우쳐야 할 것 같습니다.

<<잔소리 코너>>
지식산업시대의 지식창출이란 새로운 지적발견 이외에 지식을 응용하거나 종합해서 쓸모 있게 만드는 일입니다.
따라서 고급 연구 인력이 경제사회에서 실력 발휘를 하자면 실용적 연구 능력을 지닌 박사가 많이 배출되어야 합니다.
한 때 박사학위 소지자의 대다수가 교수가 되던 시대가 있었지만 현재 배출되는 박사는 교수가 될 확률이 적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서는 계속해서 연구중심대학의 교수직에나 적합한 "교수후보자"만 대량생산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교과과정의 폭을 넓혀서 기초와 응용 연구 능력자를 두루 배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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